일상의 습관이 명장을 만든다

지난 1997년 생산팀에서 공장혁신팀으로 옮겨온 이후 그는 예전만큼 현장을 자주 찾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 들를 때 마다 현장 상황을 꼼꼼히 점검하는 일을 빠뜨리지 않는다. 그는 현장에 놓인 작은 공구 하나까지 세심하게 살핀다.

그가 현장을 둘러볼 때마다, 후배와 동료들은 업무현장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온다. 현장 기계와 설비에 대해 성치환 명장은 거의 막힘이 없다. 사내외 강연을 통해 그는 이미 널리 알려진 강사다.

생산현장에서의 작은 공정, 작은 생활 습관은 곧 품질력과 직결된다. 작업장은 방금 청소를 마친 듯 정갈하게 정돈 되어있다. 모든 공구는 자기가 있어야 할 공간에 가지런히 놓여있다. 모든 사물에게는 ‘나의 집’이 있다. 성치환 명장이 내세운 마이홈 작전의 핵심 개념이다.

이렇게 모든 사물이 제 자리에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필요 물건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것이 업무 능률을 올리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다.

현장의 성과지표, 품질실명제-끝없이 이어지는 개선 활동

현장에서는 각 조직의 성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활동판은 항공기 계기판 같이 조직의 핵심적 성과지표를 한눈에 보고 관리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조직별 성과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현장 곳곳에 성과표를 비치하고 이를 전산시스템화 한 것 역시 성치환 명장의 제안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조업의 기여도, 원가절감, 환경개선, 불량 감소 등 10개 항목의 기준에 맞춰 각 반들을 평가하고 매월, 매 분기 실적을 파악해 우수반을 가려낸다. 이것은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해 작업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다.

또한, 성치환 명장은 다양한 제안을 통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해 가고 있다. 1997년 처음 창안한 품질 실명제는 작업자가 한 일을 끝까지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중대한 실수를 예방하고 문제 해결을 빠르게 하는 역할을 했다.

품질실명제를 실시한 후, 이전에 비해 각종 작업성 불량이 급감했고, 품질문제로 발생하는 징계가 1/10 수준으로 줄었다. 또한, 북미시장에서 자사 자동차의 종합품질수준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다.

현장 점검을 마친 성치환 명장은 어느새 사무실 한 켠에 앉아 무언가를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점을 수첩에 빼곡하게 메모하는 것은 그의 오랜 습관 가운데 하나다. 그의 유별난 메모 습관은 성치환 명장의 트레이드 마크이기도 하다. 형형색색의 이 수첩 속에는 나름의 질서와 원칙에 따라 일의 선후와 경중 등이 구분되어 있다. 성치환 명장의 주변 곳곳은 온통 작은 메모지로 가득하다. 그의 이런 메모벽은 하루 이틀에 생긴 것이 아니다. 그는 15년 메모를 모아 두었다. 책상 서랍에 가득 찬 수첩은 하나같이 주머니에 들어갈 정도의 작은 크기다.

유별난 메모습관, 작은 수첩은 아이디어 저장고

그의 일상에 늘 함께 하는 필수품이기 때문이다. 하루가 지나면 70~80%, 3일이 지나면 97%를 잊지만, 메모를 해 놓으면 잊지 않게 되며, 떠오르는 아이디어에 대한 연상도 할 수 있고 활용도 용이하다.

빼곡히 들어찬 수첩은 그의 아이디어 저장고라 할 수 있다. 이 수첩 한 권이면 어떤 자리에서든 다양한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다. 업무 현장과 일상생활에서 수시로 떠오른 아이디어는 회의석상에서도 요긴한 자료가 된다. 모든 메모는 미루는 법 없이 반드시 그때그때 정리해둔다.

이 작은 메모수첩은 바로 그의 부지런함의 결과물이자, 그만의 경쟁력이 되기도 한다. 이런 일상의 부지런한 습관이 오늘의 그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장 기능공으로 근무한 지 20년 만에 공장혁신 관리팀으로 발령받아, 지금의 경영혁신 업무를 추진하게 되기까지, 그의 체계적인 계획과 부지런한 실천이 그 밑바탕이 됐다.

1978년 포항제철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이듬해에 그는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업무를 맡게 된다. 일을 하는 틈틈이 그는 설비를 스케치하고 메모해가며 그 특성을 이해하고 문제점들을 찾아나갔다. 보다 효율적인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성치환 명장은 결국, 기계 자동화와 개선 등의 제안활동을 통해 연간 3,000여 만원의 경비 절감효과를 얻어냈고, 공정개선 등을 통해 연 4억여 원을 절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그의 업무 추진 능력을 인정받아 1997년부터는 혁신 운동을 주도할 종합관리실 업무에 배치받게 된다. 1992년에는 대한민국 품질명장에 선정되고 1999년과 2000년에는 각각 산업자원부와 노동부가 선정한 신지식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품질명장, 산자부․노동부 선정 신지식인

사내 직원이 모두 퇴근한 뒤에도 그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다. 퇴근을 서두르는 대신, 그는 늘 해오던 일상처럼 익숙한 걸음으로 회사 구내식당으로 향한다. 그나마 남은 사원도 몇 없는 텅 빈 식당에서 그는 저녁 식사를 한다.

사무실에 남아있던 직장 동료도 퇴근할 채비를 하지만, 여전히 그는 사무실의 자리를 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에게 아직 마지막 업무가 남은 것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그는 하루 업무를 마저 해결하고야 일어설 모양이다.

관리자로서 전체 업무를 총괄하고 이끌어나가려면, 남보다 먼저 시작하고 늦게 마치는 것이 당연하다고 믿는 그다. 밤늦은 시각이 되어서야 퇴근하여, 오늘 모처럼 가족이 깨어있는 시간에 그가 들어서자, 가족들이 반갑게 맞는다.

업무에 늘 바쁜 성치환 명장과 공부하느라 짬을 내기 힘든 자녀들이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앉았다. 좋아서 하는 일이고, 그 일을 통해 자신을 일궈나간다고 믿는 그이지만, 가끔 가족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성치환 명장은 오랜만에 일을 잊고 가족들과 함께 단란한 저녁 한때를 보낸다. 그동안 서운했던 아이들의 속내가 비친다. 막상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미안한 마음이 더 커진다. 그러나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아이들의 일상에도 알게 모르게 옮겨져 있다.

성치환 명장은 어느새 다시 책장 앞에 서 있다. 다시, 공부해야 할 것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에게 일은 자기 개발의 과정이자, 평생을 이어갈 공부다. 그는 지금까지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벌써 여러 권의 사례집과 교안을 냈다. 많은 사람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 삼아 보다 즐겁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깨어있는 정신과 도전하는 자세로, 또 다시 하루를 시작하는 성치환 명장.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즐기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최고가 되기를 바란 적은 없었지만, 한 걸음씩 최선을 다해 걷다보니, 대한민국 품질명장의 자리에 서 있게 되었다. 빠듯한 일상 속에서도 그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여유가 묻어난다.

대한민국 품질명장, 그것은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최고의 이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