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울산공장 교육훈련팀의 박봉희 부장. 그는 울산공장에서 ‘걸어다니는 아이디어뱅크’이자 ‘연구개발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난 1981년 입사해, 줄곧 윤활유 생산부문에서 근무해 온 그의 지난 25년은 ‘노력’과 ‘혁신’ 그 자체다. 그동안 현장의 사소한 것 하나라도 넘기지 않고, 공정개선을 위한 제안을 해 반영된 건수가 무려 2000여 건이 넘는다. 그중에는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온 문제들을 독학으로 해결한 것이 50여 건이 넘는다고 한다. 이런 열정과 노력은 그를 지난 1996년 정부가 국내 최고의 품질기능인으로 인정하는 ‘품질명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SK의 제1호 품질명장이다. 뿐만 아니라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각종 수상 경력이 50여 회에 이른다. 화려한 경력에 비해 그의 학력은 그리 화려하지 않다. 인문계 고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다. 그러나 회사 사람들은 그를 명장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현장의 모든 문제는 그의 손을 거치면 마술처럼 해결되기 때문이다. 박봉희 부장은 말한다. “품질명장과 신지식인이란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고 노력한 덕분이다. 특히 최고가 되겠다는 확실한 꿈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이다.
독학으로 도달한 ‘윤활유의 달인’ 박봉희 부장은 도전과 의욕만 넘치는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스스로 기술력을 쌓았다. 그는 신입사원 시절부터 유별났다. 당시만 해도 생산한 윤활유 제품을 저장할 창고가 부족해 매일 밤마다 밖에 천막을 치고 제품을 쌓아놓는 일이 많았다. 번거롭기도 했지만 비라도 오는 날이면 제품 출하를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을 보고 그가 고민 끝에 찾은 해결책이 바로 윤활유를 담는 캔의 주입구를 개선하는 것이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당시 변화를 꺼리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조직문화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지만, 결국 특허까지 받는 새로운 캔 개발에 성공을 할 수 있었다. 그의 진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초창기 개발한 무공해 ‘극압 그리스’도 그 중 하나다. 극압 그리스의 성능 향상용 첨가제로 납이 흔히 사용되던 1991년 초, SK는 납을 함유하지 않은 극압 그리스를 주문받았다. 납기가 급한 나머지 일본에 기술지원 요청을 했고, 일본 기술진은 납 대체 첨가제인 산화아연을 들여와 개발에 들어갔다. 하지만 생산된 극압 그리스는 바이어가 요구하는 규격을 충족하지 못했고, 일본 기술진은 원료가 한국제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남기고 일본으로 돌아갔다. 당시 개발에 참여했던 박 부장은 반드시 개발에 성공해 일본 기술진의 코를 납작하게 해 주겠다며 곧바로 자체 개발에 들어갔고, 결국 개발에 성공해 오히려 일본에 역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의 진가가 또 한 번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수많은 현장 개선의 선봉에 선 그는 “아무리 최신 기술과 기계를 도입해도 그것을 다루는 사람이 최고가 되지 못하면 최고 상품을 만들 수 없다. 자신이 만드는 제품 하나하나를 자신의 분신이라 여기고 혼을 불어넣어야 살아있는 상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시련을 또 다른 목표로 극복하다 박봉희 부장이 품질명장의 반열에 오르기까지는 무수히 많은 시련이 있었다. 그리고 그 시련에 닥칠 때마다 그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더욱 열정을 쏟았다. 품질명장에 선정되기 1년 전인 1995년. 이미 회사에서는 개선활동의 유명인사로 통하고 있던 그는 전국분임조대회 진출을 목표로 그동안의 개선사례를 갖고,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예선대회에서 어떻게 하면 심사위원들에게 개선활동을 이해시킬 수 있을지 밤낮으로 고민 했다. 그리고 마침내 준비된 최종 자료를 갖고 대회 사무국을 찾아가 검토를 요청했다. 그러나 검토 불가 판정을 받았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 자기들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한동안 그는 혼란스런 시간을 보냈다.<
SK 울산공장 교육훈련팀의 박봉희 부장. 그는 울산공장에서 ‘걸어다니는 아이디어뱅크’이자 ‘연구개발의 달인’으로 불린다. 지난 1981년 입사해, 줄곧 윤활유 생산부문에서 근무해 온 그의 지난 25년은 ‘노력’과 ‘혁신’ 그 자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