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품질명장 백두산 역사 탐방기 (박봉상 명장)
잊혀진 우리의 유적을 찾아서…
“작은 점 하나가 시작되어 새로운 경험과 만남의 점이 되고 그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되고 이야기가 됩니다”
-고도원의《아침편지》중에서
새로운 경험, 새로운 발견, 새로운 만남! 여행은 바로 이러한 점들이 모여 이야기가 되고 인생이 된다.
‘대한민국 품질명장백두산 역사 탐방 단’ 8명(단장 김용희 명장’05년) 고기영(‘04년),김기현(‘05년),
박봉상(‘05년) 명장부부는
지난6월5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잊혀진 우리의 역사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연길,용정 백두산 탐방에 나섰다.
회사 내 현장관리자 협의회를 결성하고 운영하는 바쁜 업무 중에서도 우리 임기를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벗는 날
’백두산에 한번 올라가자’ 라는 농담처럼 던진 한마디가 왠지 꼭 가보고 싶다는 열망되어 간절하게 내 안을 흔들었다.
여행 첫 째날 소풍 가기 전날 잠을 설치던 유년시절처럼 설레이는 마음으로 김해공항에 출발. 인천공항도착,
국제선 비행기 탑승 후 1시간40분만에 연길공항에 도착했다. 연길공항은 국제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어느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로 작았다.
연길공항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품질명장 백두산 역사탐방’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백두산 역사 탐방은 시작되었다.
선구자들의 혼이 숨쉬는 용정
연길에서 우리들을 태운 버스는 30분만에 우리 민족이 개척한 용정시에 도착했다 용정은 일제시대 때
독립투사들이 많이 살던 곳으로 항일 운동의 중심에 있었던 곳으로 알고 있다.
민족시인 윤동주를 만나다.
탐방 단을 태운 버스는 시내 중심을 지나 저항시인 윤동주가 다녔던 대성중학교에 도착했다.이곳은 윤동주와 친구이자
시인인 송몽규, 재야운동가 문익환 목사 국무총리를 지낸 정일권, 전설의 영화배우 나운규 등 많은 애국지사들을
배출한 곳이다.
정문을 들어가니 오른쪽 낡은 2층 건물에 .사립 대성 중학교’라고 가로 쓰인 현판이 걸려 있고 기념관 앞에는’서시’가
새겨진 윤동주 시비가 세워져 있었다.
‘서시’
죽는 날 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1941. 11. 20 윤동주.
‘서시’는 우리국민이 2번째로 좋아하는 시다. 이 시 구절구절에는 윤동주 시인의 가치관이 녹아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기념관에서 용정중학교 여선생님이 직접 설명해 주는데 일제시대 때 치열했던 독립운동의 역사를 바로 보는
계기가 되었다. 이곳 에서는 윤동주 시인 외, 송몽규 시인, 안중근 의사 등 항일운동가들에 대한 기록과
대성중학교 역사, 항일 운동에 대한 계몽교육, 헤이그 밀사로 파견된 이상설의 일대기도 전시되어 있었다.
탐방 단은 방명록의 ‘대한민국 품질명장 역사 탐방 단’이라고 서명을 남기고 각자 성금을 담은 봉투를 모금함에 넣었다.
백두산 가는 길
백두산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서파’(서쪽)와 ‘북파’(북쪽) 를 이용한다.우리 탐방 단은 일단 먼저 ‘서파’로 오르기로 하고
서파에서 가장 가까운 ‘송강하’로 이동했다.시골 여관 급 수준의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늘을 보니
날씨가 너무 좋아 천지를 볼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백두산 가는 길 양쪽에는 추운 겨울 영하 35도를 견디며 서식하는 자작나무,구상나무, 낙엽송, 자연습지 등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아름다운 차창 밖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낙네들의 숨결보다 희다는 자작나무 숲과 마주한다.영화 ’닥터 지바고’에서 설원을 달리던 마차 뒤로 보이던
시베리아 숲이 바로 이 자작나무다. 자작나무는 침엽수로서 높고, 추운 곳에서 떼지어 서식하고
‘자일리톨’ 껌의 주원료가 되기도 한단다. 누군가 입에서 북한에는 땔감으로 사용하다 보니 나무가 없단다.
서파 산문에 도착하여 오전 9시 30분쯤 되었다. 하늘을 보니 여전히 날씨가 맑고 좋아 천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서파 산문에서 정상까지 셔틀버스를 갈아타고 가야 한다.
우리 탐방 단을 태운 버스는 구불구불 포장된 도로를 20분 정도 달려 정상 부근 주차장에 닿았다.
주차장에서 천지 까지는 1420여 계단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약30분 정도 소요 되었다. 계단을 오르니 숨이 가빠왔다.
계단 군데군데에는 힘 드는 사람들을 위해 가마 꾼들이 늘어서 있다. 계단에서 정상까지 한국 돈으로 8만원을 내란다
그러나 올라갈 수록 가격은 떨어졌다.
6월 초인데도 이곳 관리인들이 계단에 수북이 쌓여있는 눈을 치우고 있었으며 아직 눈이 녹지 않는 것으로 봐서 낮과 밤의 기온 차를 짐작할 수 있었다. 계단 끝에 올라서자 ‘천지’라는 팻말이 눈에 들어 왔다. 정상 부근에는 중국과 조선의 경계비가 서 있다. 경계비 옆에는 중국과 북한의 경계를 알리는 줄이 처져 있었으며 저 줄만 넘으면 북한 땅이다.
중국 경비원들이 넘지 못하도록 연신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백두산 천지에는 아직 얼음이 녹지 않았고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다 천지를 배경으로 병풍처럼 둘러진
백두산 봉오리들이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천지의 최대 수심이 373m에 달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케 하고도 남는다.
천지 반대 방향으로는 넓은 초원지가 보였고 저 만주 벌판을 누비며 천하를 호령하던 발해의 주몽과 말 달리던
고구려인의 기상이 느껴지기도 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지평선 넓은 고원지대가 ‘개마고원’이라고 했지만
확인할 길이 없었다. 구름과 햇살이 순간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천지 신명도 백두산 날씨를 모른다고 했던가 그래서
천지를 볼 확률이 30% 미만이란다.
천지의 아름다운 광경을 음미해 볼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하고 남는 것은 사진 뿐이라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이 능선을 따라 돌아가면 북한 땅이다 하루빨리 중국의 산 ’장백산(창바이산)’이 아닌 우리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우리 땅으로 오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누구나 같은 생각이리라.
탐방 단은 하산 길에 백두산 화산 폭발 때 용암이 흐르던 자리가 오랜 세월 풍화에 씻겨 이루어 졌다는
‘금강 대협곡’에 이른다. 대협곡 주위에는 원시림과 기암괴석이 장관을 이루고 협곡 밑에는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백두산아래 첫 번째 도시 이도백하
다음날 북파 등정을 위해 백두산 아래 첫 도시인 ‘이도백하’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곁들여 소주를 나누어 마셨다.
백두산 천지를 보고 온 들뜬 분위기에 취하고 술에 또 취했다. 자연스레 노래 가락이 흘러나왔다.
“일송정 푸른 솔은 늙어 늙어 갔어도 한 줄기 헤란 강은 천년 두고 흐른다.
지난 날 강가에서 말 달리던 선구자 지금은 어느 곳에 거친 꿈이 깊었나~~”
천하 운봉에서 못 올린 위령제
3일째 북파 산문에 도착하니 많은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전통적으로 백두산 가는 코스는 연변자치주
‘이도백하’에서 북쪽 산문을 거처 천지와 장백폭포에 이르는 북파 노선이다. 중국도 백두산을 10대 명산으로 지정.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내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여 한국 관광객들과 비율은 거의 5:5 정도로 홍색의 관광 인파도 많았다.
천지를 오르기 위해서는 북파 산문에서 셔틀버스와 중간 정류장에서 다시 12인승 승합차로 갈아타야 했다.
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약 1시간 기다림 끝에 승합차에 탈 수 있었다.천지로 올라가는 길은 가파르고,
구비구비 굴곡이 많았다.
승합차도 힘들어 하는 듯 연신 기이잉 소리를 내 뿜으며 곡예 운전을 하면서 거리낌 없이 한참을 달려
정상 주차장에 도착한다.
천지는 하늘과 맞닿아 있었다. 어제 서파 와는 또 다른 감회가 느껴졌다. 백두산 천지에서 우리 탐방 단은
민족 통일의 염원을 기원할 목적으로 준비해간 술과 과자로 위령제를 올리려고 했으나 중국 경비병들이 많아 포기하고
백두대간의 시작과 끝인 6월1일 지리산에서 받아온 물과 백두산 천지 물 합수식으로 대신 했다.
소주를 꺼내 한 모금씩 나누어 마시는 소주의 맛은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었다.
이틀 연속으로 천지를 볼 수 있었다는 것은 여간 행운이 아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물 장백폭포
하산 길에 ’장백폭포’를 향했다. 우리말로 ‘비룡폭포’라고 부르지만 이미 중국으로 넘어갔다.
천지 북쪽에 트여진 곳에서 쏟아져 내리는 물의 양은 그리 많지 않지만 온천수 와 합수 되어 김이 모락모락 오른다
‘장백폭포’는 겨울에도 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산꼭대기에서 사시사철 흘러내린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이 물은 ‘송화강’의 발원지가 된다. 폭포 옆으로
백두산 천지로 올라가는 계단이 놓여있고 지금은 낙석 때문에 통제 되어 멀리서 바라볼 수 밖에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장백폭포 주차장 옆에는 온천수로 익힌 달걀과 옥수수를 팔았다. 우리 일행은 달걀을 사와 나누어 먹었다.
껍질을 벗겨보니 노란 자가 반쯤 익어 있다.
말 없는 해란강
다시 연길로 되들어오는 길에 용정시내에 들어서기 전 저 멀리 비암산 꼭대기 있는 일송정과 용문교 아래로 말없이
남쪽으로 굽이굽이 흐르는 해란강을 멀리서 바라보았다. 일제 때 해란강 주변 마을 사람들만 1,700여명이 학살되었다는
자료가 있다. 해란 강에 아직도 이름 모를 많은 영혼들이 떠돌고 있지 않을까. 차창 너머로 멀리서 바라만 보는 것은 못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산 그 다음 이야기
규모가 적은 공항과는 달리 연길은 중심가에는 고층건물이 많이 들어서 있고 대형 상점도 여러 곳 눈에 뛴다.
야간에 건물을 휘황찬란하게 밝혀 야경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다. 연변 조선족 자치주답게 간판이름도
한글을 먼저 쓰고 한자로 표기하고 있어서 우리 도시와 낮 설지 않게 느껴졌다.
저녁 식사 후 호텔에 모여 이곳에서 생일을 맞은 고기영 명장의 부인 권여사의 생일 축하 케익을 자르는
감동적인 파티를 하고 좋은 날 빠질 수 없는 술을 곁들이며 비록 짧은 기간 탐방 이지만 큰 사고 없이 연 이틀 연속해서
민족의 영산 백두산 천지를 생생하게 본 데 대하여 모두 감격해 하는 분위기다.
밤 늦게 까지 자신들이 느낀 감회가 이어졌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 이곳 백두산에서 하강했다는 건국 설화를 듣고 자란 세대라서 이번 백두산 역사 탐방은
그 감회는 크게 와 닿았다고 생각한다. 패키지 여행에서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관광지를 효율적인 동선으로 관련된
역사를 응축된 버전으로 듣다 보니 한편으로는 무언가 부족한 느낌은 어쩔 수 없었다. 이번에 가보지 못한 곳
민족의 애환이 서린 ‘두만강’ 국경선이 있는 ‘도문대교’ 고구려와 발해의 유적지, 조선의 마지막 대 선사
‘수월스님’의 행적 등은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3박4일 짧은 기간이지만 연변 지역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 보고,
역사의 질곡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던 역사탐방이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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