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소록도 (첫 번째 이야기)
지난 주말에는 전남 협의회 초청으로 경기,경남,전남,광주 4개 지역 협의회 교류회에 참석하였다,
어둠이 깔려있는 소록도바닷가의 아늑하고 포근한 질감이 채 가시지도 않은 월요일
아침,PC를 켜보니 함께 했던 많은 분들의 반가운 소식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내용들이 하나같이 마음에 착 달라 붙는 그 무언가 형형할 수 없는 감동이 느껴진다.요즘은
TV나 라디오에서 다른 사람들의 고백을 들을 때면 눈가가 촉촉해 진다.
조금만 감동스러워도 눈물이 나려 하고 슬픈 것을 보아도 가슴에 구멍이 생긴 것 마냥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바람만 불어도 가슴에 피리소리가 들린다.나이가 들어간다는 느낌인가.아직도 58년 개띠인데..
우리들을 하나되게 한 것들은 무엇일까?무엇이 우리를 이렇게 행복한 만남으로 이끌었던 것일까?
전국에 모인 내노라 하는 명장들이 제각기 잘난체하고,목소리 높이고,얼굴 붉히고...그런 겉 다리에
신경 씀 없이 만남의 정취에만 오롯이 빠질 수 있었던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우리는 하나가 되었고
한 몸 처럼 움직였다.머리에서 생각하는 대로 눈,입,가슴,다리 등이 스스로 따랐다.이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
'모든 인간들은 역마의 꿈을 어느정도 안고 살아간다.먼지와 소음에 뒤덮인 일상을 훌훌 떨치고,이승에서의
질긴 삶의 끈을 잠시 놓고,아무런 구애 받음도 없이 산과 강으로 바람처럼 떠돌고 싶은 것이다'
곽재우 시인의 말처럼 이번 여행에 처음 부터 나를 세차게 흔들었던 것은 '소록도'라는 장소다. 내가 한창
품질명장의 꿈을키워 갈 무렵 1992년도에 읽었던 문둥이 시인 '한하운 시인의 일대기'를 읽고 마음속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지금도 어려울 때 마다 꺼내 읽어 보곤 한다.
이런 이유로 소록도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봄의 새싹들 마냥 가슴이 설레인다.
소록도에서 역사적인 1박2일간의 체험을 처음부터 틈틈이 메모하여 기록으로 남기기다 보니 어느덧 수첩
반 권이 넘어있었다.
소록도로 가는길
소록도로 가는 날 아침은 약간 쌀쌀했다.전날 깜빡 잊고 온 카메라를 가지러 어둠이 걷히기도 전에 회사에 다녀오는
부산을 떨고 1차 집결지로 가보니 송명장은 오늘도 여전히 지각생. 덕분에 송명장 애마에 동승하게 되어 남해 고속
도로를 지났다. 순천IC에서 17번 국도를 따라 조정래의 '태백산맥'의 주무대가 되었던 벌교를 지나고 고개를 들어
차창 밖 주변을 살펴보니 젖 가락처럼 앙상한 가지에 손톱만한 꽃망울들이 솟구쳐 있다.동구밖으로 물끄러미 바라보니
매화에 파묻힌 마을은 황홀하다 못해 눈이 부시다.아스라이 꼬불꼬불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따라 저 산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여행은 자기자신을 돌아보고 삶 속에 쉼표와 느낌표를 달아보는 시간이라 했는데...
귀신들의 손짓으로 여천 공단을 한번 둘러보고,240km를 달려 어느덧 소록도 대교가 눈에 들어온다.3월2일 다리가 개통
되면서 소록도는 육지와 더욱 가까운 섬이 되었다.소록도는 천혜의 아름다움을 지닌 곳이다.그러나 그곳에 얽힌 나환자들의
남모르게 뿌려진 애환이 오죽했으랴 문둥병 시인'한하운'은 ' 소록도 가는 길(전라도 길)'에서 이렇게 애환을 시에 담아내었다.
가도가도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럼거리며
가는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한하운 《소록도 가는 길(전라도 길) 》중에서
소록도에서 우리를 초청한 전남의 선영두 회장의 부친께서 이곳 소록도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고 한다. 선 회장은 소록도에서
태어나 소록도에서 초등학교까지 다닌,어릴적 고향이다.이러한 덕택에 힘입어 아름다운 섬 소록도에 오게 된 것이다.
남이 아닌 사람들
약속장소인 영빈관에 도착하니 벌써 경기지역의 명장들이 타고온 노랑색 어린이집
봉고차가 주차되어 있고 선영두 회장을 선두로 목소리가 강골인 김인배 명장,김광률
회장,탁금식,강범식,엄양희 명장등의 반가운 얼굴들로 소록도는 벌써 떠들썩했다.
뒤이어 광주지역 협의회 변성연 회장을 비롯한 명장님들이 도착하였다.
각 지역 협의회 회장들이 동행한 명장들의 소개가 있었고 뒤이어 어떻게 알았는지
이상만 회장의 깜작 생일 케�揚� 준비되어 있었다.
많은 명장들 앞에서 소록도에서 생일 케�揚� 절단하는 멋진 순간이 연출 되었다.
이어서 체육행사에는 배구와 족구,사모님들의 발 야구가 진행 되었다.광주,경남이 한 조가 되고, 전남,경기가
한 조가 되어 벌어진 배구 경기에서는 큰 키의 전남,경기가 승리했고,여기에 김인배 명장님의 목소리도 한 몫을
더했으리라,이어 벌어진 족구에는 이상만 회장의 발군의 실력으로 경남,광주 연합 팀이 승리 해서 나란히 1승1패가
되었다.사모님들의 발 야구게임은 경기 중에 우천으로 중단 되었다.스포츠 경기는
이런데 묘미가 있는가 보다.짧은 시간에 서로간의 간격을 좁혀주고 화합으로 이끌어 내 주는 힘. 둘을 하나되게
하는 능력을 발휘한다.
해변가에 위치한 바닷가로 자리를 옮겨 저녁식사를 맛있게 하고 몇 차례 건배 제의가 빠질 리가 없지..
취하고 싶은 밤이었네
어느 밤인들 취하고 싶지 않았으랴마는,소록도 소나무 숲 속으로 들려오는 바람소리를
들으며,내 안에 술을 태우고 싶었다.마지막 남은 한 방울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구석구석
태워서 별처럼 빛나는 우정의 기름이 되었기를 소망해 본다.
선영두 회장이 복지관 노래방에 가자고 제안을 했다.먼저 마이크를 잡은 광주지역의 변성연 회장은 광주지역
명장들과 함께 차지 모임은 광주에서 하자고 해서 모두에게 박수 갈채를 받았다.차기 모임은 자연스럽게 빛 고을
광주로 개최지가 정해진 것이다.
이날 노래방의 주인공들은 단연 광주지역의 사모님들 판이다.한 사람이 하나가 되고,두 사람이 하나가 되고,세 사람이
하나가 되었다.
강범식 명장님은"해당화 피고 지는 섬~마을에 철새 따라 찾~아온
총~각 선~생님"이란 가사를 여자처럼 가느린 목소리로 마치 숯 총각이 처녀 선생님을 애뜻하게 사모하는듯한
목소리로 곱게 담아낸다.
언젠가 부터 노래방에서 노래를 부를 때면 모니터를 보지 않고는 끝까지 부르기가 어려울 텐데 모니터 없이도 어쩌면
저렇게 잘 부를 수 있을까?
숙소인 영빈관으로 자리를 옮겨 강성칠 명장의 사회로 여흥이 계속되었는데 강 명장 또한 구수한 남도의 창과 더불어
몸 개그까지 동원 잠시도 웃지 않을 수 없도록 한다.
이렇듯 소록도의 첫날 밤은 깊어만 갔다.어느 밤인들 취하고 싶지 않았으랴마는,그러나
술병은 늘 우리 보다 먼저 취했다.소록도의 밤은 그러했다.
잠시 대열에서 이탈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꿈나라로 간 사이 모처럼의 만남에, 장진환 고문의 제의로 저마다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있었다 한다.
덕분에 이튿날 벌금 만원, 죄목은 남보다 먼저 꿈나라로 간 죄.소록도 국회에서 어제 막 통과 되었다고 하네...어쩌랴
이래도,저래도 아름다운걸...
경남협의회 박봉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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