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결정을 하기 앞서 3일밤을 고민하고, 3권의 관련분야 책 읽고 3인의 전문가에게 묻습니다 "
매년 150∼200여건 제안하는 '개선 전문가'
끊임없이 연구해 비용절감·품질향상 기여
퇴직 후 중소기업에 노하우 전수코자 준비
"일하면서 느끼는 불편한 점을 마냥 참는 게 미덕이 아닙니다. 그걸 바꾸려는 노력이 있어야 발전도 있는 겁니다. 그게 부정의 힘이죠."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차체2부 나길상(50) 품질명장은 대내외에서 개선전문가로 통한다.
나 명장이 근무하는 스포티지 차체 공장에 들어서면 용접로봇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모든 작업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차체공장에서의 품질관리는 곧 기아차의 경쟁력과도 직결된다.
차체부서에서 23년 동안 근무해오며 무결점 차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온 나 명장은 개선이나 제안이 몸에 배어있다. 이는 자신이 맡은 일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생각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개선의 매력 속으로
나 명장은 제안분임활동을 하면서 처음 자신의 제안이 현장에 반영됐을 때의 느낌을 잊지 못한다.
모든 공정이 수작업에서 자동화로 바뀌는 시점이었는데 당시 나 명장은 3분30초당 한대씩 생산되던 타우너 라인을 로봇 개선과 라인 분임 재편성을 통해 3분에 1대씩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을 단축됐다. 그 때 느꼈던 벅찬 감동은 지금의 개선 활동에 원동력이 되고 있다.
자신의 제안에 대한 결과물이 나오고 현장이 바뀌는 모습을 보면서 나 명장은 개선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또 그 실적들은 모여 공적으로 돌아왔다.
1993년 분임조 경진대회 전사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고 1995년에는 한국능률협회컨설팅으로부터 개선전문가 인증, 이듬해에는 생산혁신 사내강사 인증을 받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난 2001년 광주시 기술장으로 지정됐고 2005년에는 직무교육 사내강사로 위촉됐다. 그리고 2006년 대한민국 최고의 명예인 '품질명장'으로 지정돼 대통령상을 받았다.
#'3·3·3법칙'의 탄생
처음부터 개선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것은 아니다. 나 명장의 의식을 바꿔놓은 것은 해외연수였다. 지난 1991년 타우너 출시를 앞두고 도요타 계열사인 일본 다이하쯔에서 3개월간의 기술연수는 나 명장에게 새로운 직업관을 심어준 계기였다.
한국과 환경이나 여건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그 곳 사람들은 현장에서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소한 부분도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반드시 개선시켜 나갔다.
반면 우리나라는 불편한 점을 그저 자신에게 할당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꾹 참았다.
나 명장은 "다이하쯔 회사는 낭비를 없애는 작업들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면서 "그 곳에서 문제를 인식하는 것을 배워왔고 내 직업관의 전환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나 명장만의 '3·3·3법칙'도 탄생됐다.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하기 앞서 3일밤을 고민하고, 관련분야의 책 3권을 읽고, 전문가 3인에게 자문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신조는 나 명장이 지금도 꾸준히 실천하며 주위에 전파하고 있는 법칙이다.
#몸에 밴 제안·개선 활동
명장이라는 명예는 그냥 따라온 것이 아니다. 그만큼의 노력이 있었다.
우리나라 명장은 크게 기능명장과 품질 명장으로 나뉜다. 그중 기능 명장은 여러 분야로 나뉘지만 품질명장은 하나다. 산업체에서 품질이나 원가개선에 공적이 받은 사람 중에서 매년 30명 정도 선발한다.
품질명장은 기아차 전체로는 23명이 있고 광주공장에는 11명이 근무중이다.
나 명장은 현장개선에 대한 공적을 크게 인정받았다. 품질명장 요건에 3년간 개선한 내용이 품질개선 50건, 공정개선 50건 이상이 돼야 한다. 나 명장은 이 요건을 충족했음은 물론 대표 개선 아이템만 20건 이상이 됐다. 또 별도의 투자없이 수작업을 자동화 작업으로 바꿔 효율성을 높인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나 명장은 지난 2000년부터 공정개선반장을 맡으면서 매년 150∼200여건의 개선활동을 펼치고 있다.
제안 아이템은 비용대비 효과가 좋을 경우 해당 공장은 물론 전 공장으로 확대되는데 나 명장의 제안이 기아차 전 공정에 적용된 건수만도 5건에 이른다. 각 차종별 공정이 달라 일괄 적용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적은 수치가 아니다.
대표적으로 용접할 때 쓰이는 전극이 동으로 돼 있는데 전도는 굉장히 좋으나 재질이 약하고 마모가 심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마모로 인해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교환시간도 많이 걸렸다. 나 명장은 내구성을 강화하면서 전도율도 높은 재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극을 만드는 회사와 함께 동에 크롬을 첨가하는 연구를 했는데 대성공이었다. 크롬을 첨가하면 '동'에 비해 가격은 10%정도 비쌌지만 수명은 2배 이상 늘었다. 비용 절감과 품질 향상 효과가 있는 이 아이템은 기아자동차 전 공장으로 확대적용 됐다.
#도전은 계속된다
그의 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기아차 소하·화성·광주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차체품질과 차체지그기초 분야 직무교육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는 나 명장은 정년하는 그 순간까지 회사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을 품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기아차 내 분임조 심사위원 과정을 마치고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앞두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전국 분임조 심사위원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준비중이다.
퇴사 후에는 중소기업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대기업에서 익혔던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소기업의 현장개선이나 낭비요소 제거, 설비 관리 등을 지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표준협회와 지식경제부에서 운영하는 과정에 참여할 예정이다.
나 명장은 동료나 후배들에 기본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업무에 익숙해지면 대개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안이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려는 경향 때문이다. 그는 "성과만 지향하다보면 어떻게든 결과를 얻게 되겠지만 과정이나 절차가 없는 결과는 금세 흩뜨러지기 십상"이라며 "결국 조금 느리게 가는 것보다 못한 경우가 많다"고 당부했다.
나 명장이 알려주는 자동차 관리 요령
◆살짝 긁힌 흠집 놔둬도 된다? "NO"
주차장에 세워둔 차를 누군가가 들이받고 가거나 자신이 운전중에 가벼운 접촉 사고 등으로 흠집이 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큰 사고의 경우는 곧바로 가까운 정비소나 공업사로 달려가 수리를 받지만 가벼운 흠집은 대충 넘기기 일쑤다.
그러나 외관에 난 흠집은 아주 경미하지만 차량 속은 계속 녹이 쓰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조금 칠이 벗겨진 것이지만 나중에 전체의 페인트를 벗기고 보면 차체가 부식돼 있다는 것이다. 그 때는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되는 셈이다.
살짝 긁히면 그대로 놔두지 말고 도장과 같은 색깔의 페인트로 터치 작업이라도 해야 한다.
◆새 차 곧바로 광택·코팅해야한다? "NO"
새 차를 출고하면 주변에서는 곧바로 공업사에 광택과 코팅 작업을 맡겨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야 외관에 흠집이 잘 나지 않고 오래 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는 출고 되기전 최첨단 시스템에서 왁스와 광택 작업을 이미 마치고 나온다. 즉, 출고후 굳이 광택이나 코팅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광택이나 왁스 작업은 적정한 온도와 시간이 생명이다.
완성차 생산 공장의 도장 시설은 자사의 A/S센터는 물론 일반 공업사나 정비소의 시설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최첨단 장비가 가동되고 있다. 조그마한 티끌 조차 허용하지 않는 무결점 시스템에서 제일 강도 높은 코팅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제품 위에 또 다시 약한 코팅 작업을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광택과 코팅 작업은 출고후 2년 쯤 지난 다음에 해주는 것이 좋다. 오래 타다보면 생기게 되는 잔 흠집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
외관과 함께 차체 하부 코팅 작업을 권하는 사람도 많은데 이 역시 굳이 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하부 판넬 재질 자체가 녹 쓸지 않는다. 예전에는 내연강판이었는데 요즘은 도금 강판을 쓰기 때문이다. 돌 같은 것이 튀어도 흠집이 나지 않을 정도다. 다만 마후라는 녹이 쓰는 데 이는 소모성 부품이라 예외다.
◆문 보호 스펀지는 떼야 한다? "NO"
차량이 출고될 때 양측 4개의 문에는 파란 색 스펀지가 붙어있다. 성격이 급한 사람들은 곧바로 떼기도 하고 3∼4년동안 그대로 붙이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이 스펀지는 일부러 떼지 않는 것이 좋다.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문을 열면서 상대 차를 흠집낼 수도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이 자신의 차를 찍을 수도 있다.
이럴 경우 좋은 보호막이 된다. 만약 둔해보이는 파란 스펀지가 보기 싫다면 시중에 많이 나와있는 상품을 이용해도 좋다. 차량 액세서리로서의 역할과 함께 보호하는 기능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