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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빛나는 도요타정신
위기라는 용어는 ‘회복과 죽음의 분기점이 되는 갑작스럽고 결정적인 병세의 변화를 나타내는 의학용어’에서 나왔다고 한다. 최근 경제는 이처럼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놓여 있다. 위기 때마다 회자되는 책 중 하나가 로버트 E. 퀸의 ‘Deep Change or Slow Death’이다. 이 책은 “혁신적인 변화를 하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죽어간다”며 근원적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작금에 위기를 느낀 많은 기업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데 절치부심하고 있다. 장기간 조업중단, 강력한 구조조정, 고용유지훈련 등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고 있다. 그러나 현재 기업들이 찾는 방법은 근본적인 위기타개보다는 임시처방에 가까워 보인다. 급한 불부터 끄는 것이 상책이겠지만 멀리 내다본다면 위기에 대응 가능한 근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 |
한국표준협회 최갑홍 회장 |
오일쇼크 때 감원 대신 급여삭감으로 위기극복
몇년 전 세계적 컨설팅그룹인 보스턴(BCG)과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자동차 업계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해져 종국에는 5~7개 거대 기업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현재 세계 자동차산업은 만성적인 생산 능력 과잉으로 생존을 위한 구조개편과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미 의회와 행정부는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 자동차 3사에 대한 140억 달러 규모의 긴급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자금 집행과 구조 조정을 감시 감독할 ‘자동차 차르’(car tsar·과거 러시아 황제를 일컫는 말)''를 신설한다고 한다. 또한 빅3 최고경영자(CEO)들에 대한 교체 요구도 잇따라, 일부 CEO의 퇴진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도요타자동차는 지난 수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어려운 시기가 도래할 것을 예측하여 대비해 왔다. 간반방식, 저스트 인 타임, 인변자동화 등으로 대표되는 도요타생산방식은 견고한 노사협력으로 정착되었고, 영업이익에 대해서는 배분보다는 세계일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도요타도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1950년대 도요타의 장기파업은 무려 50일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경영진 전원사퇴와 근로자의 25%에 이르는 1750명의 해고로 일단락되었다. 이를 계기로 ‘회사가 없는 노조는 있을 수 없고, 생산성 증대없이는 배분이 어렵다’는 값비싼 교훈을 얻었다.
또한 1970년 1차 오일 쇼크와 1978년 2차 오일 쇼크 때에도 도요타는 구조 조정으로 감원하는 대신 전체의 급여를 삭감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타협과 양보, 지혜를 발휘했다. 세계적 경제불황 앞에서 도요타도 시련의 시간을 갖고 있다. 내부의 자동차 감산 결정에 따라 3,000여 명의 비정규직에 대한 감원을 실행했다. 경영진 또한 고통분담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10%의 임금을 삭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 기업들도 다양한 혁신전략을 추진해왔다. 개인들도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여 나름대로의 변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이번 위기에 흔들리는 기업들을 보면서 그간 추진해 왔던 조직혁신 성과는 생각만큼 그리 탄탄하지 않은 것 같다. 성공적인 조직혁신 전략은 무엇일까?
통(通)하기 위해서는 궁(窮)해야 한다
바로 도요타의 개선정신에서 말하는 ‘궁즉통(窮卽通)’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 이는 ‘주역(周易)’의 근본원리에 나오는 말로서 “궁(窮)하면 변(變)하고, 변(變)하면 통(通)하고, 통(通)하면 오래간다”는 뜻이다. 따라서 통(通)하기 위해서는 궁(窮)해야 한다는 말이다.
궁(窮)한 시기가 곧 닥쳐올 것이라고 예견된다. 그러나 도요타는 현재의 궁(窮)을 도약과 내실의 터닝 포인트로 생각하고 있다. 도요타의 사례를 타산지석(他山之石)의 교훈으로 삼아 실천할 때다.
내일신문 2008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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