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외롭고 슬프할 적에 나를 달래주던 정답던 펜 친구야. 너는 언제나 나의 유일한 친구, 나의 무릎 위에서 나와 함께 있으면서 나에게 힘을 주며 이야기를 나누었지..'
장터 노점 과일장수를 하면서도 60년간 글쓰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던 전찬애(67.진해시 경화동)할머니가 마침내 꿈을 이뤘다.
한 많고 고단했던 할머니의 삶을 담은 자전적 소설 '고향 떠난 두 남매의 길'이 지난 12일 책으로 나왔다.
전 할머니는 이 책을 가슴에 안고 펑펑 울었다.
어린시절 첩을 들인 아버지로부터 어머니, 오빠와 함께 쫓겨나 살면서 고사리 같은 두 주먹을 쥐면서 '나는 책을 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것'이라고 마음 먹었던 자신과의 약속을 지켰기 때문이다.
책을 보는 순간 임종 직전까지도 전 할머니의 행복을 빌었던 어머니와 오빠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이 뼛속 깊이 사무치면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글을 쓴 전 할머니는 학교에도 못가 혼자서 글을 익혔다.
9살때부터 일기처럼 자신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했던 할머니는 30년간 시골 장터를 돌며 과일노점상을 하면서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의 품에는 항상 볼펜이 있다.
장터에 손님이 없어 한가하면 시장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종이쪽지나 연습장에 글을 썼고 집으로 돌아가 원고지에 옮긴 것이 1천여장이 넘는다.
장사를 하다가 문득 좋은 글이 생각나면 과일상자 골판지에도 수없이 많은 글을 적었다.
장터에서 이상한 사람이라고 손가락질 하기도 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 할머니는 "글을 쓰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으며 글은 내 인생에 가장 큰 무기이자 에너지"라며 "내가 쓴 글을 꼭 책으로 내는 것이 소원이 있었는데 그 꿈을 이뤘으니.."며 눈가에 촉촉히 눈물이 맺혔다.
책 속에는 의령군 궁류면 당동리에서 태어났던 전 할머니가 어린시절 겪게된 불행한 가정사를 시작으로 병든 어머니를 모시고 오빠와 함께 고향을 떠나 힘겹게 살던 고단한 삶의 얘기가 직접 카메라로 촬영한 듯 생생하고 실감나게 잘 표현돼 있다.
책에서는 '허허 벌판 위에 외로운 소나무 하나가 어쩌다가 다 잃고 쓸쓸히 서 있는데 인정사정없는 송충이들이 그 나무를 울리고 있네. 그러나 그 소나무는 사나운 송충이들에게 울음을 보이지 않고 꿋꿋하게 서 있네..(중략) 외로운 그 소나무는 이제 번성해 외로운 들판을 장식하고 오고가는 길손님들이 자기 곁에서 피곤한 몸을 풀고 가게 하네..'라며 자신의 지나온 삶을 비유해서 적기도 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5남매를 훌륭하게 키운 전 할머니는 "힘들어 절망하는 이들에게 나같은 인생을 생생하게 소개하면서 희망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60년만에 책을 낸 전 할머니는 고향인 의령장터를 옮겨 다니며 과일노점상을 했는데 지난해 8월 할머니를 돕던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차량으로 장터를 오갈 수 없게 되자 현재 진해시 경화동 농협 옆에 점포를 빌려 과일장사를 하고 있다.
할머니의 과일가게 한쪽에는 여전히 할머니가 가장 사랑하는 펜과 원고지가 고단한 일상과 함께 하고 있다. (진해=연합뉴스)
◇,할머니의 품에는 항상 볼펜이 있다.
장터에 손님이 없어 한가하면 시장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종이쪽지나 연습장에 글을 썼고 집으로 돌아가 원고지에 옮긴 것이 1천여장이 넘는다.
장사를 하다가 문득 좋은 글이 생각나면 과일상자 골판지에도 수없이 많은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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