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 생각의 여백을 담아내는 영혼의 그릇 옛시
그는 석 달 전에 어느회사 CEO로 자리를 옮겨 두 달 동안 조직내 업무를 장악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을 했으나기존의 관행과 고정관념의 벽을 넘기 힙들었다.부하직원들은 '여태껏 잘해나는데 무슨…
하는 관성의 법칙에 젖어 있었다.아무리 이야기 해도 말이 통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전체 조회 때,그는 창의력이 어떻고 상상력이 어떻고 '귀신 신나락 까먹는' 이야기 대신 옛시 한
수를 읊었다.취임 이후 처음으로 박수가 쏟아진 것이다.조회가 끝난 뒤에는 팀장 몇 명이 원문을 좀 보내 달라며
찾아오기 까지 하였다.그가 읽어준 시는 소동파의“서림사 벽에 쓰다”였다
옆에서 보면 고갯마루 가로보면 봉우리.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제각기 다르구나
여산의 참모습 알 수 없는 것은
이 몸이 산 속에 있기 때문이라네.
사물 하나를 보아도 각도에 따라 달라지고, 내부에 침잔된 사람보다 밖에서 조감하는 사람에게 진면목이 더 잘 보
인다는 뜻인데... 들은 척 않던 직원들이 순식간에 달라진 것이다.옛시의 매력은 한 겹 더한 힘을 발휘 한다.상징과
은유,비유와 응축의 묘미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둘』 진정한 부자,세상이 모두 내 집일세
십 년을 경영하며
송순
십 년을 경영하여 초가 세 칸 지어내니
나 한 칸 달 한 칸에 청풍 한 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 데 없으니 들러놓고 보리라.
초가집 한채 지어놓고 세상을 다 들여놓았다.내가 묵을 방 한 칸,달이 들어올 방 한 칸,거기에 청풍이 노릴 방 한 칸.
더 이상 들여 놓을때 없는 강산까지 병풍처럼 들여 놓고 보니 남 부러울것 없는 집이다.그 덕분에 초가삼간은 천하를
품을 만큼 커다란 집 우주의 집이 되었다는 내용이다.욕심과 여유는 다르다.욕심은'마이너스 에너지'여서 남의 것을
빼앗아야만 채워진다.반면 여유는 '플러스'에너지다.남의 것을 빼앗는것이 아니라 그것을 공유 함으로써 더 큰 풍요를
선사한다.그래서 욕심은 남의 집 곳간을 탐내고,진정한 부자는 남의 곳간이 가득한 데서 같이 기쁨을 느낀다.
송순이 '십년을 경영하며' 얻은 교훈은 자연을 정복하려는 욕심보다 세상을 품는 그릇이 얼마나 더 소중한지를 깨닫는
것었다.
셋』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루다
자 탄
이황
이미 지난 세월이 나는 안타깝지만
그대는 이제부터 하면 되니 뭐가 문제인가
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 그날까지
미적대지도 말고 너무 서둘지도 말게
퇴계 이황이 도산서원에 머무르는 동안 자신을 찾아온 제자 김취려에게 준 시로써 나는 이미 늙어서 어쩔 수 없지만
그대는 아직 젊으니 앞으로 성심껏 노력하면 잘 될 거라고 격려하면서,너무 조급하게 굴지도 말고 그렇다고 꾸물대지도
말고 그저 꾸준하게 해나가라고 조언하고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시합을 하기 세 시간 전부터 빈 코트에 나와 홀로 슈팅 연습을 한다고 한다.더욱 놀라운 것은
그가 귾임없이 자유투를 던지는 동안 두 눈을 감고 슈팅에 몰두하는 그의 모습은'조금씩 흙을 쌓아 산을 이룰때까지'
그가 얼마나 피눈물 나는 노력을 거듭했는지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이는 눈만 뜨면 성과다, 자기계발이다,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에게 되새겨 볼만한 것이다.
발췌 : 고두현《옛시읽는 CEO》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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