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끓는 물 속 개구리’ 이론을 아시나요? 펄펄 끓는 물에 개구리 한 마리를 넣으면 순식간에 튕겨져 나옵니다. 하지만 찬물 속에 개구리를 넣고 천천히 가열하면 결과는 달라집니다. 개구리는 점점 올라가는 온도를 지각하지 못하고 기진맥진한 채 그대로 죽어버리지요.
우리 몸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갑자기 뜨거운 주전자를 잡으면 금방 손을 떼지만 화상을 입을 만큼의 높은 온도가 아닌(보통 40도 이상) 열에 장기간 노출되면 잘 느끼지 못합니다. 이를 저온화상, 이때 생기는 그물모양의 붉은 반점을 ‘열성홍반’이라고 합니다.
저온화상은 생활 속에서 흔히 일어납니다. 햇볕이 강한 야외에서 오랫동안 머물거나 난로를 가까이 두고 지속적으로 쬐는 경우, 이불을 깔지 않은 온돌 바닥에 다리를 대고 잘 때, 따뜻한 물에 반복적으로 다리를 담그는 족욕이나 허리 통증으로 핫팩을 붙일 때도 저온화상 위험이 높습니다.
날씨가 쌀쌀해져 따뜻한 것을 찾게 되는 요즘은 저온화상에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낮은 기온으로 피부의 감각이 떨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술을 마시거나 너무 피곤해서 깊은 잠에 빠지면 아무리 뜨거운 장판 바닥에 맨살이 직접 닿아도 느끼기가 어렵죠. 실제로 술에 취한 채 한 자세로 계속 누워 자서 복숭아뼈 위에 저온화상을 입고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도 이런 식으로 저온화상을 입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두고 사용하면 저온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는 기사를 읽었습니다. 물론 바지나 치마가 노트북과 피부 사이를 막고 있다면 걱정할 만큼 화상을 입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전자기기에서 발생되는 열로도 화상을 입을 수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저온화상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기회가 됐지요.
남보다 둔감한 편이라면 자신의 피부색을 잘 살펴보세요. 붉은 그물자국이 생기는 기미가 보이면 열에 대한 노출을 줄여야 합니다. 화상 흔적이 발견되면 습윤드레싱이 필요합니다. 색소 침착이 염려된다면 ‘하이드로퀴논(hydroquinone)’ 성분의 연고를 바르는 것이 좋습니다.
약을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지만 초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열을 쐬면 영구적인 색소침착을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저온화상을 입고 너무 오래 방치하면 흉터가 생길 수 있지만 드물게 편평상피암이 발생할 수도 있으니 방심하지 말고 관리하세요. 저온화상과 열성홍반은 미리 예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글 : 김 선 형 | 경희대 의과·한의과대학 및 동 대학원 졸업. 가정의학과 전문의, 미국 의사 면허 소지, 대한비만체형학회 이사, 국제미용학회 정회원, 경희대학교 임상외래 교수, 지세븐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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