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에서 불량이 발생하여 대책 보고서 작성하느라 쩔쩔매고 있는데 집사람에게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평상시에는 회사로 전화를 잘 하지 않는 편이라 집에서 전화가 오니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 지 긴장하였습니다. 사실 회사에 있을 때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집사람 전화는 항상 긴장하는 편입니다.
불안한 마음으로 일단 휴대폰의 통화 버튼을 눌러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긴장한 마음과 달리 통화내용은 저희 둘째가 이번 기말 시험과 수학경시대회에서 정말 오래간만에 좋은 점수를 받아 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서 기쁜 나머지 퇴근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전화를 주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를 바꿔달라고 하여 수고했다, 자랑스럽다는 등 고래도 춤추게 하는 칭찬을 잔뜩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둘째가 갖고 싶은 것이 하나 있다면서, 친구들은 요즈음 나온 마리오와 소닉 베이징올림픽 등 새 게임팩을 갖고 하는데 자기만 게임팩이 오래되었다고 닌텐도 게임팩을 사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도 기쁜 마음에 약속을 하였습니다.
퇴근 시간 지나 둘째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관련 사이트에 들어가 가격과 구매 조건을 비교하여 나름대로 신뢰할 수 있는 곳에서 구매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게임팩 중에 삼국지라는 타이틀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내용을 보니 삼국지의 내용을 담은 게임으로 기능, 외교, 인재라는 전략적 요소와 수공, 낙뢰 등 전투적 요소까지 일종의 스타크래프트 같은 게임이었습니다. 저는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같이 구매를 하였습니다. 퇴근 후 둘째에게 약속한 게임팩과 추가로 스타크래프트 같은 최신 팩을 하나 더 구매했다고 아빠로서 할 일 했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얘기해 주었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집사람이 가뜩이나 공부 안하고 게임만 하려 드는데 왜 말하지도 않은 게임팩을 더사주냐고, 도대체 생각 없이 돈 쓴다고 한 방 얻어맞았습니다.
사실 저는 구매해 놓고 사용하지도 않으면서 저도 모르게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 늘 집사람이 걱정하곤 하였습니다. 부자가 되려면 돈 벌 때는 거지같이 벌어야 하지만 돈 쓸 때는 철저하게 관리를 해야 한다고 했는데, 저는 그 반대로 하고 있으니 가족들이 걱정 할 만합니다. 이번 기회에 6시그마를 적용하여 돈을 잘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저에게는 가끔 지름신이 강령하시곤 합니다. 지난해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다른 친목 모임에 가면 주로 골프가 종종 화제로 오르니, 이제부터 골프에 입문해야겠다고 집사람과 상의하여 동의를 구한 후 골프 장비를 구매했습니다.
운동은 장비가 좋아야 한다는 것이 저의 평소 생각이라 주변 지인들에게 물어 최상의 고가품은 아니지만 꽤 쓸만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제품을 과감하게 구입하였습니다. 그리고 연습장도 집 주변의 조그만 곳 보다는 넓은 곳에서, 코치비용이 비싸더라도 처음 배울 때 올바르게 배워야한다 판단하여 근처 특급호텔 내에 위치한 곳에 등록을 하였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처음에는 매일매일 코치도 받고 연습도 열심히 하였습니다.
그러다 회사 업무나 약속으로 인해 연습장에 가지 못하는 날이 생기고 다른 사람들은 2~3개월 정도 연습하면 필드에 나갈 수 있다 하였는데 저는 여전히 연습장에서도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필드에 나갈 기회가 생겨 처음으로 가보았는데 비용도 비용이지만 잃어버린 볼만해도 한 박스 가까이 될 정도였습니다. 그러니 점점 연습장에 가기도 싫고 골프는 나하고 잘 맞지 않는 운동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집의 창고에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골프백입니다. 몇 달 전에는 친목모임에 나갔다가 등산이 좋다 하여 주말마다 등산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집에 오자마자 등산에 필요한 의류와 신발, 그리고 관련 장비들을 구매하였습니다. 그런데 질러 놓고 보니 전문 산악인들이 며칠씩 등반하기 위해 사용하는 장비까지 구매하는 바람에 또다시 집사람에게 혼쭐이 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열심히 등산가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얼마 전 집 앞에 왕복 2~3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 않는 산에 올라갔다 바위산에서 발목을 삐어 심하게 고생한 후로는 또다시 포장을 뜯지도 않은 등산장비와 관련 용품들이 창고 안 골프백 옆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성과지표로는 매월 카드 사용금액으로 정하고 현 수준을 측정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카드사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지난 6개월간 사용한 카드금액의 평균 금액은 약 138만원이며, 표준편차는 13만6,000원 정도였습니다. 집사람으로부터 카드 사용금액이 지금의 절반 수준(평균값)으로 줄어들면 가계에 많은 보탬을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주어 100만원이 넘으면 결함기준으로 설정하였습니다.
카드 사용금액은 연속형 데이터이므로 현재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먼저 정규성 검정을 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p값이 0.536으로 비록 데이터 수는 적지만 정규분포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근거로 시그마 수준을 산출해 보면 장기 시그마 수준은 -2.80으로, 단기 시그마 수준은 -1.30이었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이 준 의견을 근거로 현 카드사용액의 절반수준인 70만원을 평균으로 하고 현 표준편차를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Z=(USL - x)/σ공식에 대입하여 시그마 수준을 산출해 보면 2.2로 현재 수준 -1.30시그마 수준에서 2.2시그마 수준으로 향상키로 목표를 설정하였습니다.
먼저 매월 카드를 어떤 용도로 사용하는지 파악해 보았습니다. 지난 6개월간 카드 사용액을 층별화 하였습니다. 용품구입은 운동한답시고 이것저것들을 할부로 사들인 것과 개인적이나 가족들에게 필요한 의류나 사달라고 하는 참고서나 문구용품 등으로 월 카드 사용금액의 47.8% 정도로 제일 많이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두 번째 점유하는 항목은 자동차 주유금액 22.1%로 출장과 주말여행으로 자가용을 사용하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로는 18.4%를 점유하고 있는 외식비용으로 점심식사 비용과 가끔 회식하는 비용이었습니다. 네 번째는 출퇴근시 지하철이나 버스, 택시 등을 이용하는 금액으로 5.9%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분석결과 조직생활하면서 자기계발을 위해 On-Line수강이나 책을 사 보는 데는 정말 인색했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책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고 있어 충격적이면서도 반성이 되었습니다. 이 항목은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는 것으로 하였습니다.
다시는 취미활동 관련하여 어떤 용품도 구입하지 않는 것이 우선이었습니다. 사실 용품살 때마다 그때 그때 구매조건이 좋은 카드를 만들다 보니 지갑 안에 갖가지 종류의 카드가 있었는데, 지름신 강림할 때 굴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일단 지갑에 카드를 하나만 갖고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하나의 카드를 여러 종류 중에서 어떤 카드로 정할까 고민하다 요즈음 유류가가 너무 높으니 주유할인율이 가장 큰 카드로 하기로 하고, 나머지 카드는 모두 절단해 버리고 카드사에 해지 통보를 하였습니다. 만약 갖고 있는 카드로 한 번 더 사용하지도 않을 용품을 구입하면 그 카드도 절단하기로 집사람과 약속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사람에게 체크카드를 만들어 달라고 하여 카드보다는 우선적으로 체크카드를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체크카드는 통장 잔고에서 빠져나가므로 잔고가 없으면 사용할 수 없으므로, 구매시 항상 잔고를 염두에 두고 카드사용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아무래도 카드사용액을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출장시에도 가능한 한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유류가가 진정될 때까지 가족여행은 가능한 한 가까운 근교로 가기로 하여 경기도 내로 정했으며, 자동차 영업사원에게 받아 놓았던 차계부를 사용하여 자가용을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점심식사도 구내식당을 이용하여 외식비를 줄이기로 하였습니다.
앞에서 실행하기로 한 개선방안을 잘 지켜 카드사용액이 줄면 자기계발비는 지금보다 훨씬 늘리도록 하였습니다. 책은 월 2권 이상을 읽기로 하고 집사람이 구매해 꼭 읽어야 한다는 부담을 갖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어학 관련하여 On-Line 수강을 하기로 하고 아이들의 On-Line 수강과 서로 진도관리를 체크하기로 하였습니다.
개선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실행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단 지난 두 달간은 카드 사용액이 110만원대로 줄었습니다. 아직은 지난번에 사 놓은 용품의 할부기간이 남아 상한선 안에는 들지 못했지만, 앞으로 신규 구매가 없고 개선 방안대로만 카드를 사용한다면 상한선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과제를 하면서 돈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그 동안은 돈을 쓰면서도 어느 곳에 얼마만큼 쓰고 있는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 기회에 돈 쓰는 방식에 대하여 되돌아보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자녀들에게 저희 부부의 노후를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요즈음 금융사에서 권장하는 노후자산에 대하여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며, 돈을 정승처럼 쓸 줄 알아야 노후가 편안해 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
> 커뮤니티 > 생활정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