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이 떨어지고 건조해지는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코를 훌쩍거리고 몸살을 앓는 아이들 때문에 부모는 걱정이 많다. 특히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구분하기 어려운 독감이나 폐렴, 부비강염 같은 경우 치료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통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고, 단순 감기의 경우도 자칫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으므로 부모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겨울 불청객 감기, 2주 이상 가면 합병증 의심
한 해를 나는 통과의례처럼 1년에도 몇 번씩 빈번히 앓게 되는 질환이 바로 감기다. 건강한 아이도 1년에 대여섯 번은 감기에 걸린다. 특히 아직 호흡기 발달이 미숙하고 면역력이 약한 생후 6개월부터 두 돌 무렵까지의 아기는 감기를 유발하는 각종 바이러스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 감기에 자주 걸린다. 감기는 독감과 달리 예방접종을 맞거나 할 수 없으므로 평소 관리가 중요하다.
감기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코 막힘, 콧물, 기침, 목 안의 통증 같은 증상이 생기는 병으로 그 종류만 해도 100여 종이 넘는다. 날씨가 추워지면 난방 온도를 높이게 되고 이로 인해 실내 공기가 건조해지는데, 춥고 건조한 날씨는 우리 몸의 방어벽을 약화시켜 바이러스가 침투하기 쉽게 만든다. 감기를 예방하려면 타인으로부터 감기 바이러스가 전염되지 않도록 사람들이 많은 장소를 피하고, 외출 후 집에 돌아오면 바로 손발을 씻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감기에 걸렸을 경우에는 충분히 쉬고 수분을 많이 섭취해야 한다. 몸에서 열이 나면 수분이 증발되므로 물을 많이 마시는 것이 좋다. 또한 물은 가래를 묽게 하여 몸에서 쉽게 배출되도록 하는 역할도 한다. 비타민C가 많은 과일을 충분히 먹는 것도 좋다. 감기를 쫓는다며 이불을 뒤집어쓰고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은 인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도중에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발한작용을 방해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또한 집 안에서는 건조해지지 않도록 습도를 40~60%로 유지해주고, 온도도 20℃ 전후로 맞춰주어야 한다.
독감 예방의 최선책, 1년에 한 번 온 가족 예방주사
독감은 흔히 ‘독한 감기’라고 알려져 있다. 일반 감기보다는 증상이 심한 감기, 혹은 좀 길게 앓는 감기 정도로 알고 있는데, 감기와 독감은 전혀 다른 질병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라는 바이러스에 의해서 생기는 병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된 후 1~4일이 지나면 고열이 나면서 근육통과 두통, 기침, 콧물 같은 증상이 1~2주 정도 지속되고, 중이염이나 폐렴 같은 합병증이 생기기 쉽다.
독감 예방접종은 만 6개월 이상부터 가능하다. 6개월 미만의 영아는 독감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그 이유는 예방접종의 효과나 부작용을 입증할 수 없어서이다. 실제로 올해 첫 인플루엔자 감염 보고는 4개월 영아의 사례로 시작되었다. 이 시기의 유아는 독감에 걸리면 더 심하게 증상을 보일 수 있어 더욱 신경 써야 하는데, 아이가 직접 접종을 받을 수는 없으므로 부모나 조부모같이 아이와 주로 접촉하는 가족들이 독감 예방주사를 맞아서 아이에게 독감을 옮기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
작년에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또다시 맞을 필요가 없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독감 예방주사는 매년 1회 접종해야 한다. 단, 이전에 독감 예방접종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생후 6개월에서 만 9세 미만 어린이의 경우에는 1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한다. 이처럼 매년 접종하는 이유는 독감 백신의 면역 효과가 1년 정도만 유지되기 때문이다.
코감기가 오래간다면 감기 아닌 비염 의심
기온이 떨어지면서 자주 코를 훌쩍이는 등 코감기가 오래간다며 병원을 찾는 아이 중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부비강염(축농증)인 경우가 많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외출이 잦아지는 4세 이후에 나타날 가능성이 많아 환경 개선 및 부모의 관심이 필요하다. 대개 집먼지 진드기나 꽃가루 물질이 그 원인이며, 반복적인 맑은 콧물, 재채기,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비염은 콧속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점막에서 부비강으로 염증이 번지기도 하는데, 이를 부비강염이라 한다. 비염과 축농증이 있으면 코가 답답하고, 입으로 숨을 쉬게 돼 입이 마르며, 냄새를 잘 맡지 못하게 된다. 또한 머리가 멍한 증상과 함께 집중력도 저하된다.
- ▲ 환절기에는 손만 잘 씻어도 감기를 80%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아이들이 올바른 손 씻기 요령을 배운 뒤 친구들과 신나게 손을 씻고 있다.
소아 비염의 경우에는 수술이 아닌 약물에 의한 치료가 기본이기 때문에, 소아청소년과에서 진료를 받는 것이 원칙이다. 진단 후에는 경구용 약물이나 흡입 치료제 등을 환자의 상태에 따라 적절히 처방한다. 자칫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라고 하여 아스피린이나 해열제, 일반 감기약을 전문의 처방 없이 먹이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정확한 진단을 방해하고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추위에 움직이기 귀찮은 아이, 소아 비만 조심하세요
겨울방학이 되면 추운 날씨를 이유로 방 안에 틀어박혀 움직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방학 동안 살이 찌는 아이들이 많다. 그러나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비만이라는 복병을 주의해야 한다.
소아 비만은 과다한 체지방을 갖고 있는 상태를 말하는데, 원인은 가족력이나 영양, 정신적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 다양하다. 최근 소아 비만율은 과거 4%에서 10~20%로 크게 증가했다. TV나 인터넷 사용이 증가하면서 실내 활동은 늘어난 반면 운동량은 부족해진데다, 패스트푸드 같은 고열량, 고지방, 고염분 음식 섭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소아 비만의 문제는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80%에 이른다는 점이다. 소아기의 비만은 인체 내 지방세포 숫자를 늘리는데, 지방세포는 한번 증가하면 다시 줄지 않는다. 즉 지금 뚱뚱한 아이는 뚱뚱한 성인으로 성장할 확률이 높은 셈이다.
소아 비만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방학 중 불규칙해지기 쉬운 식생활습관을 개선하면서, 집 안에서 쉽게 음식물을 먹는 것을 자제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해야 한다. 가만히 앉아서 TV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시간은 줄이고, 신체 활동을 많이 시킬필요가 있다. 계단으로 다니는 습관을 들이고,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에도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다. 운동도 빠르게 걷기, 조깅, 자전거 타기, 줄넘기 등 유산소 운동을 1회에 30분 이상, 일주일에 3~5회 정도 꾸준히 실시해야 한다.
/ 여성조선
취재 양소영 기자 | 사진 조선일보 DB
도움말 대한소아과학회·대한소아청소년과 개원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