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품질명장협회 > 생활정보 > [국제] 유전 개발권을 따내라 ‘제2 이라크 전쟁’시작됐다

이라크의 원유 매장량
세계 3위로 115년 퍼낼 수 있는 양
하루 200만배럴 생산… 5년 내 3배로

“이라크 전쟁은 석유를 얻기 위해 일으킨 것이다. 미국이 중동에서 석유 공급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위협적인 존재가 처형된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이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서 밝힌 내용이다. 그린스펀 전 의장의 이런 기술이 없었더라도 이미 국제사회는 미국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의도를 잘 알고 있다. 부시 행정부에서 이라크 전쟁을 기획한 폴 울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은 심지어 “이라크는 석유라는 바다에 둥둥 떠다니고 있다”는 말까지 했다. 이라크는 말 그대로 석유 자원의 보고(寶庫)이다. 이라크의 확인된 원유 매장량은 1150억배럴(10.5%)로 사우디아라비아(2627억배럴, 점유율 22.9%)와 이란(1360억배럴, 11.5%)에 이어 세계 3위이다. 하지만 미국 에너지 컨설팅사 IHS는 이라크 원유매장량의 예상 추정치를 2150억배럴에 달한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일각에선 미개발 유전을 포함해 이라크의 잠재 원유 매장량을 4320억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석유를 퍼 올릴 수 있는 가채연수가 115년으로 세계 최장이라는 것이다.

▲ 한 미군 병사가 이라크 송유관을 공격한 저항세력에게 기관총을 겨누고 있다. photo 로이터

이라크는 1991년 쿠웨이트 침공으로 걸프전이 발발하기 이전 하루 450만배럴을 생산했고 수출도 375만배럴에 이르렀다.(사우디 경유 송유관 165만배럴, 터키 경유 송유관 160만배럴, 페르시아만 수송로 50만배럴) 사우디에 이어 중동 최대 산유국이었던 이라크의 원유 생산은 걸프전 패배와 국제 사회의 제재 등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그러다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알 카에다 등 저항세력의 테러 공격과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족 분쟁 등으로 치안이 계속 악화되면서 원유 생산이 순조롭게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히 걸프전 이후 기존의 유전 지대에 설치된 생산시설의 개·보수는 물론 신규 유전개발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최근 들어 미군의 안정화 정책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하면서 치안이 확보되자 이라크의 원유 생산이 다시 크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라크의 지난 1월 원유 수출량은 하루 평균 200만배럴에 육박해 2003년 이라크 전쟁 발발 이래 최고치에 도달했다. 후세인 알 샤리스타니 이라크 석유 장관은 치안 상황의 현저한 개선으로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올 연말까지 원유 생산량이 하루 290만배럴 수준으로 늘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샤리스타니 장관은 앞으로 5년 후에는 지금 생산량의 3배인 하루 600만배럴 정도를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건사업이 시급한 이라크 정부는 현재 유전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라크 정부의 장기 목표는 2020년까지 800만배럴을 생산하는 것이다.

왜 이라크 유전을 탐내나
낮게 묻혀 개발비 적게 들고 질도 좋아
중동 복판에 있어 수송 쉬워

세계 석유업계는 이라크에서 ‘유전 개발 대전(大戰)’을 준비하고 있다. 경쟁은 벌써부터 시작됐다. 세계 굴지의 70여개 석유 업체가 지난 2월 18일 마감한 이라크 유전 개발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투자 제안서를 접수했다. 석유업체들이 이라크 유전을 탐내는 이유는 무엇보다 이라크 유전은 지표면으로부터 낮게 묻혀 있어 개발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질도 매우 좋기 때문이다. 영국 석유탐사 업체인 페트럴리소시스사의 존 틸링 회장은 이라크에선 1달러면 원유 1배럴을 생산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이라크 유전은 전국에 산재해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현재 확인매장량으로 50억배럴 이상의 원유가 묻혀있는 수퍼자이언트 유전은 9개가 있으며 10억배럴 이상의 자이언트급 유전도 22개나 된다. 이 중에서도 키르쿠크(북부 쿠르드 지역)를 비롯해 마즈눈(이란과의 국경지대), 루말리아(남부), 웨스트 쿠르나(바스라 서쪽 지역), 주바이르(남동부 지역) 등 5대 유전과 나르 우마르(남부) 및 이스트 바그다드 유전 등이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이라크 유전이 매력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지리적 이점이다. 시베리아, 중앙아시아, 북극해 등과 달리 이라크는 중동의 한복판에 있다. 이 때문에 이라크 유전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페르시아만을 비롯해 사우디, 쿠웨이트, 요르단, 시리아, 터키 등 어느 곳을 통해서라도 쉽게 수송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이라크는 멀지 않은 장래에 하루 1000만배럴 이상의 원유 생산도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 후세인 알 샤리스타니 이라크 석유 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photo AP

세계 주요 메이저들은 이라크 정부에 각종 선심성 공세를 펴고 있다. 엑슨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로열더치셸 등은 지난 1월 24일 이라크 정부와 기술지원 협정(TSA)을 맺었다. 이 협정은 이라크 석유 기술자들을 훈련시키고 각종 장비를 지원한다는 내용으로 되어있다. 이 협정에 참여한 메이저들은 앞으로 유전 개발 입찰에서 혜택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현재 로열더치셸은 키르쿠크, BP는 루마일라, 엑슨모빌은 주바이르, 코노코필립스는 웨스트 쿠르나, 셰브론은 마즈눈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들 메이저들은 모두 미국과 영국을 기반으로 하는 다국적 석유기업이다. 특히 이라크를 침공, 후세인 정권을 붕괴시킨 부시 행정부는 유전 개발권을 따내는 것을 일종의 ‘전리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에서 철군을 최대한 미루고 있는 것도 바로 유전 개발권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부시 행정부로선 유전개발권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이라크 전쟁에서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한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적극적으로 이라크 정부를 설득하는 한편 입찰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샤리스타니 이라크 석유 장관과의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부시 행정부는 이와 함께 유엔의 이라크 위임 기간이 만료되는 2008년 말 이후 미군이 계속 이라크에 주둔할 수 있도록 이라크 정부와 주둔군 지위 협정을 맺을 계획이다. 물론 이라크의 안정을 지원한다는 명분이지만 미군이 이라크에 계속 주둔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유전 개발권을 따내기 위한 것이다.

후세인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이던 1979년 핵 개발 참여 지시를 거부, 11년3개월간 옥살이를 한 바 있는 샤리스타니 장관은 현재 이라크 시아파의 정신적 지도자인 아야툴라 알리 알 시스타니의 고문을 지내는 등 이라크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물이다. 1991년 걸프전을 틈타 이란을 거쳐 영국으로 망명했던 샤리스타니 장관은 ‘이라크의 넬슨 만델라’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후세인 정권에 대항해 반체제 활동을 주도하기도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던 샤리스타니 장관은 지난해 2월 외국투자자에게 자국의 유전 지역을 개방한다는 내용의 석유 법안을 내각에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후 의회에 제출했다. 샤리스타니 장관은 이라크 유전 개발은 공개 입찰과정을 거쳐 결정될 것이며 그 과정은 공개적이며 투명할 것이라고 강조해 왔다. 샤리스타니 장관은 이 법안이 올 연말까지 의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라크 유전 개발에 대한 최종 결정은 이때까지 미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