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에 부부관계는 정상적으로 몇 회가 적당합니까?" 임상에서 환자들을 대하다보면 이런 질문을 수도 없이 받는다. 남성들에게는 성관계 횟수로 자신의 정력을 가늠해보려는 소위 '횟수 콤플렉스'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소변줄기가 가늘어지고 쉽게 지치는 등 예전 같지 않은 신체적 컨디션에 불안해하는 40대 이상 중년 남성들은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가끔은 '의무방어전'으로 부부관계를 갖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잦은 잠자리 횟수로 아내에게 정력을 과시하고 뽐내려는 것이다.
그런데 남성들은 점차 나이가 들면서 발기력 감소와 함께 성적 관심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갱년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남성 갱년기에 나타날 수 있는 성적기능의 감소를 무시한 채 의무방어전만을 계속해서 밀고나간다면 오히려 부부관계에 해가 되기 십상이다. 서로 간 성적 만족도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지면서 파트너가 잠자리를 거부하거나 심한 경우 성관계를 전혀 하지 않는 섹스리스 부부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러므로 40대 이상 중년의 갱년기 남성들이 자신의 정력이 의심되는 경우라면 횟수를 따져보면서 의무적으로 성관계를 하려들기 보다는, 부부관계에 방해가 될 만한 갱년기의 신체적 장애요소를 점검해보고 치료하려는 자세가 반드시 필요하다.
중년 남성을 위한 남성 갱년기 검진에는 먼저 자가 임상 증상과 남성호르몬 수치를 측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육체적, 심리적인 갱년기 증상과 남성호르몬의 감소 정도를 파악해 갱년기의 진행상황을 짚어볼 수 있다. 개인에 따라 발기부전과 조루 등의 성기능 장애와 전립선, 간과 신장 기능, 콜레스테롤, 당뇨, 초음파, 심전도, 골밀도, 체지방, 갑상선기능 검사 등도 추가적으로 시행한다.
치료는 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정상적으로 회복시키기 위한 '호르몬 대체 요법'을 시행한다. 이 치료법의 결과는 꽤 우수한 편이다. 성기능 회복은 물론 약해졌던 근육의 강도가 되돌아오기 시작하며, 골밀도가 증가하고 복부비만이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갱년기 증상이 완화되는 효과를 보여준다. 단,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저질환이나 신체 특성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사전에 호르몬 대체 요법에 대한 적합성 여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 같은 적절한 치료를 통해 남성 갱년기 증상을 완화시키면서 규칙적으로 건전한 성생활을 갖는다면 나이가 들어도 발기부전 등의 성기능 장애 없이 얼마든지 성생활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다시 말해, 부부관계에 있어 횟수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는 것. 갑작스럽게 찾아온 남성 갱년기로 인해 예전 같지 못한 자신에 위축되어 성생활을 기피하기만 한다면 오히려 성기능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규칙적인 성생활은 고환과 음경 등의 퇴화를 막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촉진시켜 발기부전을 예방하기 때문. 실제로 60대 남성이 3개월 이상 성관계를 갖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발기 장애의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부부관계 횟수를 채운다는 안도감으로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법이다. 자신의 잘못된 잠자리 습관을 돌이켜보고 치료를 받으며, 더불어 부부 간 솔직하고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진다면 오랫동안 만족스러운 부부관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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