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찾은 산굼부리
산굼부리는 산에 생긴 구멍이란 뜻의 제주방언이다. 그 이름 속에는 화산활동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
산굼부리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마르(maar)형 분화구이다. 용암이나 화산재의 분출 없이
화산 폭발이 일어난 것이다. 10만년 전 화산이 폭발할 때 그 곳이 생성하여 기생화산인 산굼부리가 태어났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을 이루지만 아직 풀이 나지 않는 이른 봄에 찾은 산굼부리는 좀 밋밋한 느낌이 들지만
전체적으로 순수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육지에서 놀러 간 이들을 포근하게 맞이하여 준다.
천연 기념물 제263호로 지정되어 있는 산굼부리는 깊이가 1백여 미터가 넘고 지름이 600~650m
면적이 9만7천평으로 한라산 백록담보다 조금 더 크고 깊다.
산굼부리 분화구는 보기 드문 천혜의 자연식물원이라고 할 수 있다. 한라산 식생과 독립하면서 420여종이 모여 사는 격리군락이 형성된 곳이다. 정상에는 화분과 식물이 자라고 그 틈새로 털진달래, 용가시나무,해송,졸참나무가 자라며 오이풀,엉겅퀴,미나리아재비,쥐손이풀 등 야생화 천국이다.
햇볕이 잘 드는 곳과 잘 들지 않는 분화구 위치에 어우러져 자연의 조화를 이루며 각종 희귀식물인 금새우란과 자금우,겨울딸기가 자라고 있다.산굼부리는 야생동물의 서식처로 잘 알려져 있다. 노루와 오소리 포유류와 조류 파충류가 많은 곳이다. 아쉽지만 분화구안으로 들어갈 수 없지만 산마루에 설치해 놓은 철재 계단식 전망대와 전망경을 통해 산굼부리 세계를 볼 수 있었다.
정상을 오르는 길에는 잘 정리된 돌계단으로 오르면 시원하게 확 트인 들판이 가깝게 눈에 들어온다.
그 동안 쌓여 던 피로가 확 풀린다.평소 좋아하는 사람과 손을 꼭 잡고 오순도순 이야기를 나누며 둘레길을 걸을 때 사랑이 더욱 깊어질 것 만 같은 환상의 사랑의 둘레코스이기도 하다.
과거와 현재가 상존하는 등산로에는 재생타이어를 가공하여 바닥을 수 놓아 가볍게 정상을 오를 수 있었다.
한편으로 자연을 훼손하고 인간을 평온하게 하는 휴식처를 만든 인간의 손길들이 우리 마음을 서글프게 하지만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에 기분을 달랜다.
올라갈 때는 깊게 느끼지 못했지만 내려오는 길에 산굼부리 관리사무실의 지붕에는 주변에서 얻은 화산 폭발로 생성된 용암수형석과 화산탄으로 기와대신 얹어 놓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조각품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제주도에 볼거리가 많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여름과 가을이 아닌 봄에 산굼부리 넓은 들판의 정취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보기를 바라며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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