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부모들의 아들에 대한 집착은 깊었다. 아들을 낳기 위해 딸만 내리 일곱씩 낳은 부부도 적지 않았고 아들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딸 이름을 짓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며느리를 딸로, 사위를 아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한 바보는 '며느리의 남편을 아들로 착각하는 것'이라는 유머가 나올 정도다. 젊은 부모들이 딸을 바라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대를 이어야 한다는 사상이 희미해지고 아들이 부모를 봉양해야 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이 사라지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전국 산부인과에서 태어난 2078명의 신생아 부모를 상대로 설문조사해 연구보고서를 낸 육아정책연구소 이정림 부연구위원은 12일 "가치관의 변화가 남아선호사상을 깨고 있다"고 분석했다.
복지를 전담하는 주체가 가족에서 사회로 넘어간 것도 남아선호사상을 깨뜨리는 역할을 했다. 예전에는 노후 생활과 복지를 가족, 특히 아들이 도맡았다. 하지만 복지 사회로 발전하면서 노후 생활은 스스로, 노년의 복지는 사회가 일부 담당하는 체제로 바뀌고 있다. 아들을 굳이 선호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어머니보다 아버지가 아들보다 딸을 더 원하는 것은 남성이 여성보다 사회 변화를 빠르게 받아들이는 까닭으로 풀이된다.
대를 잇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지면서 남성들의 아들 선호를 무너뜨렸다.
남아선호사상이 허물어지는 데는 아들보다 딸이 키우기 쉽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시간적 육체적 정신적인 소모를 가급적 줄이고 싶어 하는 마음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부모로서 책임감을 더 느낀다는 조사 결과는 직장 여성이 늘어나는 것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됐다. 직장을 갖게 되는 어머니가 늘면서 여성이 가정에 큰 가치를 두는 풍토가 바뀌고 있다. 특히 여성이 가정을 너무 중시하면 직장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현실적 이유 때문에 여성이 부모로서의 책임감을 남성보다 덜 느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가치관 변화, 맞벌이 부부 증가가 아들보다 딸을 더 선호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며 "남아선호사상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전국적인 연구 조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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