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명장제도는 10년 이상 현장에서 근무하고 품질분임조 활동경력이 5년 이상인 사람 가운데 장인정신이 투철한 사람을 선발하는 제도다. 대통령이 직접 지정패를 수여한다. 현장의 기능인, 기술인 역할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명장들이 새롭게 관심을 모으고 있다. 지역의 품질명장을 차례로 만난다. LS산전의 오병익(53) 명장이 두 번째 주인공이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제품 불량률을 줄이고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한 오병익 명장의 노력에 동료들은 그를 기꺼이 따른다. 30여 년을 그 자리에서 묵묵히, 소신껏 일하기에 더욱 믿음직스러운가 보다. [조영회 기자]
오 명장은 77년 LS산전(당시 금성계전) 오산공장의 품질부서에 입사해 전력기기 시험실에서 줄곧 제품의 품질향상을 위해 노력했다. 현장 부문의 분임조 및 개선제안활동의 지도위원으로 활동하며 표준화 대상 및 품질관리 대상 획득에 기여해 우수상을 수상했다. 목표관리 최우수, 개선제안왕 및 품질개선상, 분임조 상을 받기도 했다.
일본의 ‘JIT생산혁신 리더 과정’, GPS 관리 과정을 이수했으며, 생산현장의 개선반 팀장으로 활동하면서 혁신활동에 매진했다. 그 결과 1인당 생산량이 40%까지 올라가기도 있다. 98년 경제 위기 여파 당시 협력사의 품질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됐다. 위기가 기회였다. 매주 한번씩 새벽에 협력사의 불량부품에 대해 협력사와 원인을 분석하는 Q-market 운영, 사람(Man), 설비(Machine), 방법(Method), 재료(Material) 변경 시 사전에 신고하는 ‘협력사 4M 변경 신고제도’ 운영 등을 통해 품질을 크게 향상시켰다.
당시 협력업체 납품 제품의 품질을 안정화 시켰으며, 협력사 사장으로부터 2번이나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9년전인 2001년, 이런 노력들이 인정돼 품질명장 칭호를 부여 받았다.
어머니가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반평생 이상을 한자리에서 보낸 오 명장. 사실 권태로움은 일찍이 찾아왔다.
처음 일을 시작하고 2년 후에는 단순한 작업이 반복되는 업무에 싫증을 많이 느꼈다. 당시는 철야 후 4시간 연장근무, 다시 특근을 한다는 ‘철사특’이란 용어가 유행할 시기였다.
오 명장은 “몸이 지칠 대로 지쳐 이직에 대한 갈망이 더 컸죠. 당시 제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 오늘까지 이곳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충고 덕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께서 “이곳에서 적응하지 못하면 아무리 다른 곳으로 옮긴다 해도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곳을 떠나기보다는 회사와 함께 성장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씀하셨단다.
오 명장은 어머니의 충고를 받아들이자 지겹기만 했던 업무에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어느새 과거 어머님이 하셨던 것처럼 다른 이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나이와 경험을 갖춘 위치가 됐다”며 자신의 능력이 미치는 범위에서는 도움을 요청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해 그간 쌓아온 지식과 경험을 전해주고 싶다“고 신념을 밝혔다.
나눔을 통해 더 성장한다
그는 협력사에서 교육 요청이 들어오면 근무시간이 아닌 주말에도 달려가 교육을 한다. 전문 노하우는 물론 자신이 갖고 있는 자료를 전해주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보통 자신의 모든 걸 다 남들에게 알려주다 보면 본인의 위치가 흔들리지나 않을까 하고 염려한다. 하지만 그의 생각은 확고했다.
“제가 알고 있는 걸 ‘나만이 알고 있는 재 재산’이라고 생각하고 혼자 알고 있으면 계속 발전할 것처럼 착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지식을 나눠주는 과정을 통해 혼자일 때보다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습니다. 물이 가득 찬 잔에는 더 이상의 내용물을 채울 수 없지만 가득한 물을 나눠줘 빈 공간을 만들면 그 자리에는 또 다른 신선한 물을 담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품질실명제로 불량률을 대폭 낮추다
오 명장이 직장생활에서 가장 보람을 느꼈고 때는 1998년 품질실명제를 직접 제안하고 현장에 도입했을 때. 하지만 가장 어려웠을 때이기도 하다. 품질실명제는 각 공정마다 작업자의 실명을 표기하는 제도로 첫 도입시기에는 현장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실명을 표기함으로써 불량이 발생하는 공정의 작업자가 투명하게 드러나니 작업자로서는 꺼려지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오 명장은 굴하지 않았다. 열심히 동료들을 설득해 품질실명제를 도입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실명제에 따른 제약도 있었지만 불량률이 70%나 감소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이 제도는 제조라인에서 작업자의 작업불량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의 원인을 분석해 나온 제도이기 때문에 도입 이후에는 불량의 원인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담당자들의 책임감도 크게 향상돼 모든 작업자가 ‘장인정신’을 갖게 됐다고 한다. 오 명장은 “실명제 도입을 위해 동료들을 설득하는 과정은 정말 힘들었다”며 “그래도 실명제 성과를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해냈다’는 기쁨과 함께 가슴 가득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신재생에너지의 활용비율을 높이는 ‘그린 팩토리’ 개념을 적용한 LS산전 천안공장. [조영회 기자]
LS산전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산업용 전력·자동화 업체
바구니 채 자동계산 할 수 있는 프로그램.
1974년 창립 이래 국내 최고의 산업용 전력·자동화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전력과 자동화 분야의 융·복합을 통해 스마트 그리드로 대표되는 그린 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송전과 배전, 전력IT 솔루션을 아우르는 전력 인프라 사업과 자동차 전장부품, 신재생 에너지, 자동화 사업 등의 산업 인프라 사업을 미래지향적 사업포트폴리오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전력 분야는 저압에서 초고압에 이르는 다양한 전력기기, 자동화 분야는 모터나 발전설비를 제어하고 효율을 극대화 하거나 각종 전기, 신호체계를 설계하고 운영할 때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 및 제품들로서 철도·교통 시스템, 신재생 에너지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LS산전의 그린 비즈니스 분야는 기존 사업인 태양광발전설비와 인터버, RFID, 전력 IT분야(스마트그리드 등), 친환경전력기기, 초전도 한류기 등과 신사업 분야인 그린카 전장품, 전력용 반도체 모듈, 연료전지, LED, 에너지저감건물 분야 등으로 다양하다.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시승, 선보인 전기자동차에도 LS산전이 만든 부품이 장착됐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천안 공장에 그린 팩토리 개념을 적극 적용하고 있다. 그린 팩토리는 신재생에너지의 활용 비율을 높이고 에너지 고효율 시설을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사업장이다.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이 공장은 올 상반기 태양광 발전을 통해 에너지 비용 619만원을 절감했다. 천안 공장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자동화 시설 ▶태양광 발전 설비 ▶
액화천연가스(LNG)를 이용해 발전하는 연료전지 ▶에너지 관리 상황을 총체적으로 제어하는 F-EMS 등을 통해 그린 팩토리를 구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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