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졸 성공시대 / 고졸 성공시대 열리려면 ◆
21일 서울 성동공업고 미래관에서 열린 "고졸 성공시대! 열린 토론회" 강연장에 들어서던 고등학생들이 행사 책자를 집어들고 있다. 이날 토론회는 오전 10시부터 3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김재훈 기자＞
"마이스터고의 성공을 기반으로 특성화고 지원을 확대해 고졸 성공시대를 앞당기자."
21일 매일경제신문사 주최로 성동공업고에서 열린 `고졸 성공시대 열린토론회`에서는 고용노동부와 교육과학기술부 등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삼성전자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기업 대표들도 학벌 대신 능력 위주 채용 문화가 정착되도록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교과부는 선 취업 후 진학 사례를 정착시키기 위해 특성화고 통합포털(www.hifive.go.kr)을 6월 하순부터 열어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는 후 진학 정보를 통합적으로 서비스한다고 이날 밝혔다.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졸업 취업자들도 대학생들처럼 4년 군대 유예가 가능하다는 제도 변화를 널리 홍보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황윤학 대한상의 실장은 "두산중공업처럼 `기술대리` `기술과장` 등 기술직과 사무ㆍ관리직 직렬을 동일하게 표기하는 방안이 전체 기업에 확산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손일만 현대제철 기장은 "독일이 기술강국이 된 건 (기능ㆍ사무직 가릴 것 없이) 뚜렷한 직급과 질서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현장의 선후배 간 끈끈한 협력이 군 특례제도 등 제도적 뒷받침 아래에서 이뤄져야 하고, 회사가 기능직과 사무직을 평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일 삼성전자 인재개발센터 상무는 "삼성전자가 안전이 불확실한 바다에 먼저 뛰어드는 펭귄과 같은 존재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부회장은 "기업과 인재 간 매칭과 교육을 전담하는 기업인력지원단을 신설하고 인재의 다리(bridge)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술직 사원의 경력개발 프로그램을 개발해 다양한 승진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스터고에 전폭적으로 지원한 결과 인재들이 몰려온 성공사례처럼 정부의 중소기업과 특성화고 지원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김석연 청도전자고 산학협력부장은 "마이스터고에 지원이 집중되고 우수 학생이 몰려 대기업 관심도 모은 반면 전문계고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특성화고는 지원이 부족해 양극화가 심해졌다"고 지적했다. 선도 모델에서 일반화 모델로의 변화를 주문했다.
고졸 학생들이 기업 수요에 맞는 상품성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광연 한국델켐 본부장은 "국내 1300개 업체에 대해 기술컨설팅을 해왔는데 아직도 학교별, 특성화 학과별 산업 수요와 직무 분석에 대해 다른 분석으로 혼선을 빚고 있다. 정부 단계에서 교통정리를 해줄 필요가 있다"며 "기업은 이익을 내야 세금도 내고 고용, 직원복지 개선에 나서지만, 생존을 위해 구인 경쟁을 하니 학교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교육하면 기업은 자동적으로 학교를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성욱 동아마이스터교 교장은 "고졸 성공시대는 완료형이 아니고 진행형"이라며 "글로벌 기업 지멘스로부터 교직원 연수 프로그램을 제안받았지만 비용이 과다해 좋은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어 투자가 아쉽다"고 밝혔다.
김환식 교과부 직업교육지원과장은 정권이 바뀌어도 고졸 취업 활성화 정책이 계속된다고 재차 강조했다. 김 과장은 "기업과 학생, 학부모가 모두 환영하는 정책이어서 사회경제 구조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한 고용노동부 노동시장정책과장은 "기업에서의 채용 기준이 학력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되도록 핵심직무역량평가모델을 만들어 보급할 예정"이라며 "앞으로 차선이 아니라 최선으로 특성화고를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독일연방 교육부 산하 직업교육연구원 BiBB의 크리스틴 브링스(김은숙) 박사는 "직업교육 정책은 정부가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중소기업에 대한 인적ㆍ재정적 지원에 힘써야 하고, 예비 교사들의 산업체 견습 과정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용 서울교육청 진로교육과장은 "기업 현장실습시간은 하루 7시간 선으로 맞춰야 하고, 현재 특성화고교 한 곳당 한 명도 안 되는 취업지원관을 학생 100명당 한 명꼴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학교 때부터 진로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윤훈 일신여상 부장교사는 "직업교육은 고등학교 때 시작하면 이미 늦었다"며 "초ㆍ중학교 때부터 직업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부터 고졸 고용할당제(의무고용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교사는 "기업에 일정 비율의 고졸 의무 채용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시기가 됐다"며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고졸 채용에 동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세제 혜택 등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모 기계고등학교 진로진학교사는 "어렵게 취직시킨 학생들이 회사 동료와 선배들 때문에 많이 퇴사한다"며 "생애 첫 직장에 근무하는 학생들을 위해 정부가 처음 몇 년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임금 격차를 지원하고 직원들도 배려하는 기업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교사들이 상품의 생산ㆍ판매ㆍ사후서비스까지 감당하는 것은 부담되므로 교육에만 집중하도록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획취재팀＝김경도 차장 / 이한나 기자 / 서동철 기자 / 임영신 기자 / 배미정 기자 / 조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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